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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캐디'라고 나와 계신 분들이 노력보다는 그냥 돈을 벌기 위한 목적만 대회에 온다는 것에 화가 나 셀프 캐디를 했다" 7월 5일 강원도 평창 버치힐 골프클럽(파72, 6434야드)에서 치러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맥콜 모나파크 오픈(총상금 8억원)' 최종라운드에서 우승한 김해림의 우승 인터뷰 중 일부다. 우승 후 인터뷰라기엔 다소 날 선 이야기다. 하지만 솔직하고 당당함이 매력적인 김해림이기에 가능했다. 실제로 김해림이 캐디 없이 선수 혼자서도 할 수 있음을 증명해내면서 전문 캐디들에게 살벌한 긴장감을 조성했다. 경기중 캐디의 역할은 쉽게 말해 비서다. 대게 호흡을 맞춘다고들 한다. 기본적으로는 백을 챙기고, 매 샷 선수가 원하는 클럽을 전달해준다. 선수가 샷을 한 뒤 클럽 헤드에 이물질이 묻었을 경우 깨끗하게 닦아 다시 백에 넣는다. 벙커 정리도 캐디의 몫이다. 간혹 선수가 샷을 하고 난 뒤 디봇 수리도 한다. 그린에서는 공을 닦아주고, 깃대를 잡아주는 등 아마추어 라운드 시 캐디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전문 캐디는 하는 일이 더 많다. 대회 중 선수와 상의를 하며, 함께 전략을 짠다. 피해야 할 부분이나, 떨어뜨려야하는 위치 등의 거리 계산도 돕는다. 바람이나 방향 계산을 맡아서 척척 해주는 캐디도 있다. 선수가 직접 라이나 라인을 보지만 캐디가 더 자세히 봐 선수에게 이야기해주기도 한다. 이 때문에 대체로 선수 출신 캐디들이 많다. 경험이 많은 캐디일수록 우승 경쟁에서 선수를 다독이는 기술도 생긴다. 선수의 멘털이 흔들리지 않게 붙잡아주거나, 상승세를 탈 때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한 때 KLPGA 투어 우승을 휩쓸던 선수들의 공통점으로 유능한 캐디들이 꼽히면서 그들을 일명 '퀸 메이커'라 불렀다. 이들의 인기는 고공행진했고, '퀸 메이커' 열풍이 일면서 연간 계약을 맺는 캐디들이 많아졌다. 2010년대 중반만 해도 30명이 훌쩍 넘는 선수들이 전문 캐디와 연간 계약을 맺어 투어 활동을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사정이 다르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도 있겠지만, 연간 계약을 하는 선수가 드물다. 대게 대회 수 별로 계약을 하거나, 시즌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눠서 계약을 한다. 스타 캐디들이 즐비하던 2010년 중후반보다 최근 전문 캐디 시장이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다. 시즌 계약을 맺는 선수들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선수들에게 캐디피가 부담되지 않는 비용은 아니다. 초보 캐디의 경우 3~4일 경기 시 주급이 100만원 정도 되지만, 전문 캐디는 120만원~150만원 선이다. 물론 이름난 '퀸 메이커'의 주급은 이보다 더 많다. 스타 캐디들의 등장으로 전체적으로 몸값이 뛰었다. 여기에 연간 계약을 한 캐디는 연간 계약금은 별도다. 이에 우승 한다면 일반적으로 우승상금의 10%를 준다. 톱10은 7~8% 정도다. 시즌 상반기나 하반기, 대회 수로 계약할 경우 인센티브제가 있기도 하다. 캐디들이 대회수가 줄어 사정이 어렵다고 아우성이지만, 프로들도 사정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프로 선수가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대회 출전비를 내야 하며, 연습라운드 그린피는 별도다. 지방의 경우 교통비와 숙박비도 든다. 컷탈락을 한다면 이미 이것만으로도 100만원 이상 적자다. 물론 캐디피는 포함되지 않은 금액이다. KLPGA 투어가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보다 대회 수가 많고 우승 상금이 커 여유로워보일 지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한 시즌에 25개 이상 대회를 소화했던 KLPGA 선수들은 적어도 한 시즌에 8000~9000만원을 벌어야 자신의 몫이 생겼다. 지난해는 코로나19 여파로 보통 16~17개 대회를 소화했는데 적어도 6000만원 이상 벌어야 일부라도 자신의 몫이 생겼다. 하지만 6000만원 이상 번 선수는 정규투어 127명의 시드권자 중 71명 밖에 되지 않는다. 하위권으로 시즌을 마친 선수 중에는 한 시즌 동안 자신이 번 상금보다 캐디피로 나간 돈이 더 많은 선수도 있다. 즉, 프로 골퍼보다 아르바이트를 한 캐디가 더 많은 돈을 번 셈이다. 그러나 아마추어 골퍼가 모든 캐디에게 만족하지 못하듯, 프로 골퍼도 마찬가지다. 비싼 주급을 줬는데도 불구하고 하우스 캐디보다 못한 경우도 있다. 그럴 수 있는 배짱은 KLPGA 선수들은 캐디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생각때문이다. '여자 선수들은 캐디 없으면 안돼' 라는 고정관념과 앞서 있었던 '퀸메이커' 열풍이 한 몫했다. 하지만 김해림이 이를 보란듯이 산산조각냈다. 이번 시즌 직전 왼쪽 어깨 회전 근개 파열 부상을 입어 3개월 간 골프채를 쥐지도 않았던 그다. 골프를 시작한 이후로 가장 오랜 기간 골프를 쉴 정도였지만 꿋꿋하게 일어섰다. 산악 코스에서 치러진 이번 대회 1라운드에서 리모콘 작동 방식의 카트를 이용해 혼자 셀프 캐디를 했다. 리모컨으로 카트를 이동시키기도 하고 직접 끌거나 밀면서 경기했다. 공이나 클럽도 스스로 닦아가며 경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라운드에서 7언더파 단독 선두로 질주했다. 비록 2라운드부터는 비가 내려 셀프 캐디를 하지 못했다. 비가 내리면 공이나 클럽에 이물질이 자주 묻어 더 많이 닦아주며 신경을 써야하기 때문이다. 산악 코스라는 점에서 안전상의 이유도 있었다. 하지만 그 외에 일들은 모두 혼자 다했다. 결국 2라운드와 3라운드 모두 선두를 지켰다. 18번 홀(파5)에서 짜릿한 중거리 버디 퍼트로 동타를 만들었고, 같은 홀에서 이가영과 치러진 연장 첫 홀에서 날카로운 서드 샷으로 버디 찬스를 만들었다. 약 1m 이내의 짧은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와이어 투 와이어로 통산 7승을 차지했다. 약 3년 2개월 만에 터진 부활 신호탄이다. 이번 셀프 캐디에 대해 "충동이 아닌 계획적인 일"이라고 밝힌 김해림은 사전에 해외 많은 선수들을 참고했다고 밝혔다. 셀프 캐디를 계획하게 된 것에는 나름의 뜻이 있다. 그는 "선수들은 경기력 향상을 위해 스윙 교정, 체력 훈련, 멘털 트레이닝 등 여러 많은 노력을 한다"고 하며 "그런데 여기 나와 계신 많은 전문 캐디 중 일부 전문 캐디들이 돈만 벌겠다는 목적으로 나온 것에 화가 나 혼자 해보겠다고 마음 먹었다"고 하며 "캐디분들도 선수들이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 지 조금 더 생각을 하고 전문 캐디라는 직업에 임해주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김해림이 까칠하거나 인색해서 날이 선 반응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필드 밖에서 그는 누구보다 따뜻한 사람이다. KLPGA 최초의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이다. 지난 2016년에는 데뷔 8년 만에 얻은 생애 첫 우승 상금 전액을 기부해 화제를 모았다. 그의 꼬리표는 항상 '기부천사'였다. 올해부터 캐디 없이 혼자 경기할 수 있도록 규정을 변경한 KLPGA. 때마침 김해림이 독기를 품고 홀로 필드에 나선 것은 자신을 위함은 물론 "후배들을 위해 멋진 선배가 되겠다"던 다짐처럼 베테랑 선배로서의 소임을 다해 나태해진 전문 캐디들을 향해 총대를 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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